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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처음으로 영상으로 포착됐다. 심장세포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모이고 조직화돼 초기 심장 구조를 이루는지 구체적인 영상으로 확인됐다. 선천성 심장 기형의 발생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14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켄조 이바노비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산하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 어린이병원 소아건강연구소연구원 연구팀은 고해상도 타임랩스(특정 주기마다 피사체를 촬영하는 기법) 영상을 통해 포유류 배아에서 심장세포가 형성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에 13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이바노비치 연구원은 “포유류 배아에서 심장세포를 이처럼 가까이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처음에는 배아를 수 시간에서 수일간 안정적으로 배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고 관찰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얇은 빛의 시트를 사용해 살아있는 시료의 특정 단면을 관찰하는 광시트 현미경으로 쥐 배아를 관찰했다. 발생 초기 단계인 원시선 형성기를 지나면서 세포가 조직화되는 과정을 촬영했다. 배아가 기본적인 세포 계통을 구분하고 체축(몸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시작하는 결정적 시점이다.
체축 설정을 마친 배아에선 심장의 근육을 구성하는 심근세포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자발적으로 조직화됐다. 점차적으로 심장관을 형성했다. 심장관은 이후 분할되며 심장의 벽과 심방·심실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선천성 심장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심근세포에 형광 표지를 적용해 각 세포가 움직이고 나뉘며 원시 심장 구조를 형성하는 장면을 2분 간격으로 40시간 동안 연속 촬영했다. 어떤 세포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 나타나 심장 형성에 기여하는지를 명확히 시각화했다.
특히 배아 발달 6일 무렵 원시선 형성이 시작되면서 심장으로만 분화하는 세포들이 빠르게 나타났다. 심장으로 분화하는 세포는 매우 조직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며 정해진 경로를 따랐다. 심실을 구성할 세포와 심방을 구성할 세포들이 각각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바노비치 연구원은 “심장세포의 운명 결정과 방향성 있는 이동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조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표면적으로는 무작위로 보이던 세포 이동이 사실은 정교한 패턴에 따라 조정됐고 이는 정상적인 심장 형성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선천성 심장 질환의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인공 심장 조직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재생의학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