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 캐롤라이나, 세계 비만 치료제 경쟁의 중심에 서다

  • 한국인뉴스 Young Lee> Raleigh, North Carolina =


    노스 캐롤라이나가 전 세계 제약업계의 ‘비만 치료제 경쟁’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약 치료제의 거인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와의 양대 경쟁이다. 모두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에 연구 및 생산 공장 시설을 갖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Ozempic)과 웨고비(Wegovy)로 대표되고,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Mounjaro)와 제프바운드(Zepbound)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핵심은 ‘GLP-1’이라 불리는 호르몬 기반 약물이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였던 GLP-1은 식욕 억제 효과로 인해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적인 ‘비만 치료 혁명’을 일으켰다. 현재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주 1회 복부나 팔에 주사하며 비만을 치료하고 있다.



    <비만약의 발견 : 당뇨약의 부작용 관찰한 NC의 한 의사>


    2016년, 노스 캐롤라이나(NC) 힐즈보로(채플 힐 북쪽 소도시)에 있는 UNC 헬스 클리닉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막 근무를 시작한 사라 로(Sarah Ro) 박사는 체중을 감량하는 약이 아닌 제2형 당뇨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살이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는 비만을 겪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노보 노디스크의 비크토자(Victoza)를 처방받고 몇 달 만에 4.5~7kg가량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로 박사는 “뭔가 큰 것을 발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 약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 외에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 불리는 물질로, 위의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자연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줄였다. 로는 데이터를 모아 UNC 헬스 리더십에 보고했다. 전국의 의사들도 같은 현상을 관찰하며, 당뇨 치료제의 ‘부작용’이 오히려 새로운 치료 목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는 로가 발견한 그 현상을 알고 있다. 수백만 명, 그중 대부분이 미국인들이 매주 복부나 팔, 허벅지에 GLP-1 주사를 맞으며 비만을 치료하고 있다. 그리고 NC는 이 약을 충분히 빠르게 생산하지 못하는 두 세계적 제약회사 사이의 제조 경쟁 중심지가 되었다.


     

    <두 제약 공룡, NC에서 맞붙다>


    노보 노디스크는 1993년 노스 캐롤라이나 존스턴 카운티의 클레이턴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은 지금도 비크토자(Victoza), 오젬픽, 웨고비 등의 주사제를 포장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41억 달러를 투자해 1000명의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는 대규모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2020년 RTP에 4억 7,4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세운 뒤, 2023년 추가로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샬롯 인근 콩코드(Concord)에도 동일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 두 지역에서 릴리는 자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제프바운드’를 생산한다.

    두 회사는 지금 비만약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약진, 노보의 위기>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노보 노디스크가 선두였으나, 릴리가 GLP-1 시장 점유율을 추월했다. 릴리는 GLP-1과 GIP 두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개발해 기존 약보다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 붐에 늦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CEO 교체와 11%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웨고비의 인기는 여전하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주성분으로 하는 두 약은 여전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처방약이다. 다만 불법 복제약 유통과 신생 제약사 진입으로 시장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비만 치료제 산업벨트’로 성장>


    랄리·더램·클레이턴을 잇는 트라이앵글 지역은 숙련된 인력, 저렴한 에너지, 넓은 부지로 제약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존스턴 카운티 최대 민간 고용주로, 고졸 인력도 연 7~9만 달러를 벌 수 있는 지역 대표 일자리로 자리 잡았다.


    랄리 역시 NC 주정부로부터 2,100만 달러, 지방정부로부터 9천만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으며 약 1,500명을 고용했다. 두 회사의 존재는 제넨텍, 암젠 등 다른 제약사들의 진출을 촉진했고, 지역 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는 이들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젬픽 현상’과 새로운 경쟁 구도>


    노보 노디스크는 2017년 오젬픽을 출시해 비만 치료제 시장을 개척했다. 중독성 있는 광고 음악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는 급상승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연예인과 SNS 인플루언서의 홍보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23년 릴리의 제프바운드가 임상시험에서 웨고비를 압도하며 판도가 뒤집혔다. 릴리의 약은 평균 체중을 20% 이상 줄인 반면, 웨고비는 13.7%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2% 개선에도 수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이번 격차는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약과 새로운 전쟁>


    GLP-1 수요 폭증으로 한때 오젬픽과 웨고비는 FDA 품귀 목록에 올랐고, 합성약 제조사들이 합법적으로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했다. 지금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비공식 유통이 이어지고 있다. FDA는 50개 이상 제조업체에 경고장을 보냈으며, 노보 노디스크는 ‘두더지 잡기 게임 같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향후 전망 – 두 거인의 장기전>


    노보 노디스크는 2027년까지 클레이턴 확장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승인 시 웨고비 알약은 미국 내 최초의 완전 일관 생산 GLP-1 제품이 될 전망이다. 릴리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양사는 모두 비만 치료제의 차세대 경쟁, 즉 주사제에서 알약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노보는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웨고비 알약 데이터를 발표했으며, 릴리도 신제품 오포글립론(Orforglipron)으로 시장 확대를 노린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는 경쟁 속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분석한다. 비만 치료제가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며, NC 는 그 최전선에서 세계 제약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 글쓴날 : [25-12-1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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