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판매를 12월 8일 허용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우려를 표명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본보는 그 전문을 다음과 같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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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0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단, 판매 조건으로 해당 매출액의 25%를 미국 재무부에 납부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왜 미국의 주요 기술적 우위 중 하나를 적국이자 주요 경제 경쟁국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걸까?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무역과 안보 문제에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미국 내 대중국 정책 논쟁의 흐름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그는 과거 스스로 비판해 왔던 ‘세계주의자’들과 유사하게 상업적 교류가 국제 질서를 안정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 분야 경쟁력은 주로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에서 비롯된다. 중국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AI 칩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제품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양국 간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수준을 따라잡는 데 18~2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미국이 AI 컴퓨팅 역량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대규모 재정 낭비와 부패가 지적된다. 중국의 대표적 기술 기업인 화웨이는 고성능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급 칩 설계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중국이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군사 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에도 제약이 가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H200 칩 수출 통제를 완화하더라도 엔비디아의 미국 고객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미 차세대 ‘블랙웰’ 칩을 개발 중이며, 이후 ‘루빈’ 칩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향후 출시될 루빈 칩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AI 개발자들은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모든 AI 칩을 구매하고 있다. 오픈AI가 지난해 10월 AMD와 칩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주 엔비디아 H200 칩을 불법으로 중국에 밀반입한 혐의로 중국 사업가들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해당 칩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형 언어 모델 개발을 촉진하며, 과학 컴퓨팅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민간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H200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내 엔비디아와 가까운 인사들은 규제를 완화할 경우 중국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AI 칩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약화되고, 중국의 AI 개발자들이 미국산 칩에 장기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온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져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H200 칩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이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의 성장을 제약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개발사들이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등 미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H200 칩 확보를 주요 과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내 AI 개발자들 역시 심각한 컴퓨팅 자원 부족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가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미국 기업, 특히 스타트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에로 계속.